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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 끈기에 대하여

by 길찾기91 202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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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에 대하여

 

국제형사재판소를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것이 완벽하게 기능하는 것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것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긴 시간 인정받아온 어떤 것을 바꾸는 데는 온 생애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이 큰 바위를 언덕 위로 조금만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기에서 세 가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비록 그 결과물을 직접 보거나 보상을 얻지 못하더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들을 하고자 하는 것은 숭고한 목표이며, 다음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꼭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뿐만이 아니라, 직장을 떠나거나 단체, 학교를 떠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루어낸 것들을 물려받을 이들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둘째, 인간은 섬이 아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팀과 공동체, 친구들은 지속적이며 영원히 변치 않을 성공으로 가는 열쇠다. 그리고 셋째, 빨리 해내려 애쓸 필요는 없다. 토끼와 거북의 우화를 떠올려야 할 것이다. 좋은 일들이 모두 빨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빠르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모색하는 일에 나는 절대 지치지 않는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바꾸려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 때문에 지쳐서는 안 된다.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나는 거의 75년 동안 버텨올 수 있었다.

 

변화에 걸리는 시간은, 우리가 바꾸려 하는 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에 고착화되어 있었느냐에 달려 있다. 수세기 인정받아온 어떤 것을 한 사람의 일생 동안 바꾸는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 문화에 너무나 깊이 뿌리박혀 있어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인간은 여전히 전쟁을 찬미하고 있다. 퍼레이드를 하고 깃발을 펄럭이며 군대 행진을 하면서 말이다. 나는 7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공중에서 터지는 축포의 눈부신 불꽃이 내게는 너무나 끔찍하다. 나는 포화 속에서 살아남았고, 눈앞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그 포탄에 죽어갔다. 대체 무엇을 축하한단 말인가?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나쁜 사람은 또 어떤 사람인가? 아돌프 히틀러는 이 세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고, 그의 조국에 '독일인이 가장 위대한 민족'이라고 말했다. ‘독일이 모든 것 위에 군림한다Deutschland über alles.' 그는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치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았지만, 그 대가는 도대체 어떤 것이었는가? 현재 독일 정부는 나와 생각이 거의 비슷하다. 서독 정부는 (한때 적이었던) 나에게 독일 최고시민상을 수여했다. 나는 독일의영웅들을 죽게 한 사람이고, 보상 프로그램을 억지로 그들의 목구멍에 밀어 넣은 사람인데 말이다.

 

제 나라가 가장 위대하다고 말하는 지도자와 그 국민들, 제 나라가 최고가 되기를 바라는 지도자와 국민들은 편협한 이들이다.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곳이야말로 멋진 세상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제 나라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만 신경 쓰는 사람들은 운동장에서 자리다툼을 하는 철없는 아이들과 다르지 않으며, 하나로 멋지게 통합된 세계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아무런 비전이 없거나, 현재에 이익을 취하고 있는 자들이다.

 

나는 이제 백 살이 되었고, 내가 목격해온 진전들에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이다.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들 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들은 조금씩 더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 곳곳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법들이 있고, 아직 완벽하게 시행되고 있지는 않아도 ICC를 포함한 여러 재판소들이 있다. 만족스러운가 묻는다면 물론, 아직 아니다. 하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 것인가 묻는다면, 물론 그럴 것이다. 우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왔다. 전 세계 모든 대학에서 국제법과 인권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로스쿨에 다닐 때는 없던 과정이다. 과거 미국의 헌법은 여성에게 투표할 권리도,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과 유색인종이 선거에 출마하고 있으며 또 대통령에 선출되고 있다. 진보는 현실인 것이다. 대중의 정서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흐름이다.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벤자민 페렌츠 with 나디아 코마미, 양철북, 2022. 12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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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1920년 지금은 없어진 나라인 트란실바니아에서 출생. 9개월 때 미국으로 이민. 맨해튼 우범 지구에서 가난하게 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음. 영어를 모르면서도 주눅 들지 않음.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지 못했지만, 하버드 로스쿨 졸업. 2차 세계대전에서 포로수용소를 돌며 전범 증거 수집. 2차 세계대전에서 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나치 학살부대 기소. 이스라엘과 서독 간 유대인 배상 협상에 참여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재산을 돌려주는데 앞장섬.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선구적인 역할. 2022년 현재 102살로 국제법과 세계평화를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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