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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걷다

터덜터덜 배낭여행 16 - 5/9(수) 다낭을 자유롭게 거닐다

by 길찾기91 202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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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배낭여행 16 - 5/9() 다낭을 자유롭게 거닐다

 

 

아침부터 무더위다. 하지만 더위는 더위고 여행은 여행이다. 난 내 길을 간다.

든든히 아침부터 챙기고 길을 나선다. 베트남 여행에서 머물렀던 총 8번째 호텔을 나왔다. 이제부터는 배낭을 갖고 다녀야 한다. 덥지만.

 

먼저 택시로 베트남 사람들의 민간신앙을 대변한다는 오행산(Marble Mountains, Ngu Hanh Son)을 향했다. 이 더위에 걷는다는 게 무리인 건 나도 알기에. . 나무, , , 불을 상징하는 5개의 봉우리가 있으며 산 전체가 대리석이라 '마블 마운틴'이라 부른다. 오행산 가운데 물을 상징하는 투이 선(Thuy Son)이 핵심이고, 산속 동굴에 불상이 있다. 석단에는 전망대가 있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가려진 부분들이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첫번째 행선지에서 이미 더위를 먹었다. 먹을 게 그리 없었더냐.

 

전략을 바꿨다. 배낭을 맡길 곳을 찾기로 한 것이다. 가까운 한식당을 찾아 이른 점심을 먹고 배낭을 맡겼다. 흔쾌히 맡아주더라.

 

가벼워진 몸으로 다낭 대성당(Da Nang Cathedral, Chinh Toa Da Nang)을 향했다. 오행산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먼 길이다. 택시비야 뭐.

 

다낭 대성당은 1923년 프랑스 식민 통치 시기에 건축된 성당으로 풍향계가 돌아가는 독특한 지붕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지 나트랑의 연꽃타워처럼 분홍색이다. 내부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지만 들어가서 확인하지는 못했다.

 

생각해보니 호치민에서도, 나트랑, 하노이에서도 대성당이라 불리는 곳엘 갔었다. 베트남 종교분포를 보면 불교가 67%, 가톨릭이 12%, 까오다이가 5%, 무교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종교가 16% 정도인데, 그 가운데 가톨릭의 장소적 상징성이 커보인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들어왔을 외래 종교가 베트남인들에게 일정 정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각 도시의 대성당들이 관광지의 역할도 하는 현실.

 

핑크성당이라 불리는 다낭대성당.

 

다음 행선지는 까오다이 사원(Cao Dai Temple, Chua Cao Dai). 이곳은 독특한 곳이다.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 오늘 찾은 까오다이 사원은 베트남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라는데 전체적으로는 아담한 느낌.

내부에 들어가긴 쉽지 않고, 들어가더라도 복장의 제한이 있는 곳이다. 다행히 한 여성성직자(명칭이 뭔지는 모르겠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봤다. 새로운 경험이다.

중앙 제단의 배경으로 천안(天眼)이 푸른 공 모양에 그려져 있다. 그 위의 배경 그림에는 예수, 무함마드, 부처, 공자가 함께 서 있다. 모든 종교가 하나라는 그들의 종교관이 투영된 모습이다.

모든 종교는 동등하며 그 나름대로 종교적인 진리가 있다는 종교다원주의와는 조금 다른 종교혼합주의라고나 할까.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는 까오다이라는 이름과 내용을 들어본 일이 없다. 이렇게 조금씩 배워간다.

 

까오다이사원 내부.

 

원래는 시장 구경이나 쇼핑 자체를 즐기지 않아 호치민 벤탐시장도 건너 뛰었는데 까오다이 사원에서 1킬로 정도 거리라기에 한시장에 가봤다. 실제로는 더 멀더라. 다행히 날이 흐려지면서 더위가 한 풀 꺾여서 좋았다.

크기도 상당하고 다닥다닥 붙은 매장들이 즐비하다. 눈이 핑핑 돌더라. 의류 매장쪽으로 지나가봤지만 내겐 그림의 떡. 여성용이 이쁘게 진열되어 있고, 맞춤 옷도 당일에 찾을 수 있단다. 뒷쪽으로 재봉틀에서 일하는 분들이 줄을 잇고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온갖 디자인의 마스크를 판다. 한시장.

 

시장에서 탈출했다. 일단 시원한 커피부터. 한강 쪽으로 있는 하이랜드르 돌진. 엄청 쓰고 엄청 단 쓰어다 커피 흡입. 나트랑에서 먹은 맛을 잊지도 않았는데 왜 이걸 주문했을까. 신기한 건 한번이면 족한데. 난 단 것을 일체 입에 대지 않는데. .

 

몸을 시원하게 냉장 상태로 돌리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 한강을 걷기 시작한다. 용다리를 찾았다. 다리의 아치 형태가 용이다. 긴 용이 구불구불 있는 형태. 그다지 이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특이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사진을 찍다 보니 꼬리 부분이다. 굳이 다리를 건너 머리 부분에서 사진을 찍을 생각은 없다. 그래서 장어도 꼬리에서 힘이 나오는거라 우기며 동행을 말렸다.

 

 

벌써 저녁이다. 마무리는 깔끔하게 한식으로 정했다. 돌아가서 바로 적응하려고. 이 말이 맞나?

저녁을 먹었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할 게 뭐가 있을까. 마사지지 뭐. 보름의 여행 기간이 은근 힘들었나보다. 마지막 날인 오늘도 강행군을 했으니. 그냥 시간 남아 한 건데 마사지 후 몸이 정말 개운해졌다. 이런 맛에 하는거로구나. 새삼 알게된 사실.

 

마사지는 즐거워^^

 

공항을 향한다. 오늘 밤 안에 발권과 수속을 마치고 출국은 015. 정말 무비자 기간 15일을 꽉 채웠다. 언제 또 이런 긴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다시 없을 시간을 오랜 벗과 함께 했다. 세상에 한번도 안싸우고 보름을 지내다니. ㅋ 우리가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대화를 나눴지만 결론은 미지수라는 것. 일단 건강부터 챙기고 나서 나중에 생각하기로.

 

이번 여행에서 베트남의 공항을 4군데 이용했다. 호치민, 나트랑, 다낭, 하노이까지. 1650킬로에 이르는 베트남 국토 길이의 상당 부분을 날아본 셈이다. 아주 조금 이 나라에 대해 이해하고 알았을 뿐이지만 이런 배움은 좋다.

 

둘이 나눈 오늘의 결론은 돌아갈 집이 있어서 좋다는 것. 여행은 돌아가기 위해 한다는 것. 정도.

이제 뱅기를 타고 날아가면 아침에 도착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을 기념하며.

 

길가에서 장기두는 분들이다. 이 곳 장기는 졸과 사도 포, 마와 같은 크기다. 사회주의적 평등인걸까?

 

* 이 글은 2018426일부터 510일까지 베트남 자유여행을 다녀온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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