隰斯彌見田成子,田成子與登臺四望,三面皆暢,南望,隰子家之樹蔽之,田成子亦不言,隰子歸,使人伐之,斧離數創,隰子止之,其相室曰:「何變之數也?」隰子曰:「古者有諺曰:知淵中之魚者不祥。 夫田子將有大事,而我示之知微,我必危矣。 不伐樹未有罪也,知人之所不言,其罪大矣。」 乃不伐也。
隰斯彌(습사미)가 田成子(전성자)를 찾아뵈었다. 田成子(전성자)는 그와 함께 臺(대-높은 건축물)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았다. 삼면이 다 활짝 트였다. 그리고 남쪽을 바라보려 하는데 隰斯彌(습사미)네 집의 나무들이 막아버렸다. 田成子(전성자)는 그것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다.
隰斯彌(습사미)가 집으로 돌아와 사람을 시켜서 그 나무를 자르게 하였다. 도끼로 몇 번 나무를 내리치자 隰斯彌(습사미)가 그것을 제지했다. 그 집안일을 관리하는 사람이 말했다. “왜 그렇게 빨리 마음이 바뀌셨나요?”
隰斯彌(습사미)가 말했다. “옛날에 이런 속담이 있지. 깊은 연못 속에 물고기가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불길하다. 저 田成子(전성자)가 큰일을 꾸미려 하는데 내가 그의 은밀한 내막을 알고 있는 듯이 보인다면 나는 반드시 위태로워질 것이다. 나무를 자르지 않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말하지도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죄는 클 것이다.” 그리고 나무를 자르지 않았다.
겉으로 표현하거나 말을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들키면 불안하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를 경계한다. 남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칠 경우, 그것은 본인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알고도 모른척해야 할 때가 있다.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하면, 겉으로는 ‘너 참 눈치가 빠르고 똑똑하구나’라고 하겠지만 속으로는 ‘이 놈 무서운 놈인데’라며 깊은 경계감을 가질 것이다.
望(망) : 바라다, 소망하다, 원하다.
점을 친 것을 기록한 글인 卜文(복문)에는 큰 눈을 가지고 앞 방향을 우러러보는 모습으로 원래는 象形字(상형자)라고 한다.
‘望(망)’字는 卜文(복문)의 글자에 聲符(성부)로써 亡(망할 망)을 덧붙여 形聲字(형성자)가 된다.
許愼(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望(바라 볼 망)을 ‘出亡在外,望其還也(도망가서 고향 밖에 있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한다.)’고 한 것은 亡(망할 망)의 발음을 의미 부분으로 보아 ‘도망가다’의 뜻으로 해석을 한 것이지만 亡(망할 망)은 후에 덧붙여진 발음 부분이다.
卜文(복문)의 望(바라 볼 망)은 사람이 발을 쫑긋 세워 멀리 바라보는 象形字(상형자)다. 멀리 바라보는 것으로 좋고 나쁜 것을 관찰하며 또 그 눈의 주술적인 힘에 의하여 적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해 달라고 주술적 의식을 거행하는 것을 말한다. 卜辭(복사)에 눈썹에 장식을 한 巫女(무녀) 삼천 명으로 山西北方(산서북방)의 이민족인 苦方(고방)을 일제히 바라보는 주술적 의식으로 점을 쳤는데 특히 전쟁을 벌일 때 이와 같은 주술적 의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또 전쟁터의 陳頭(진두)에도 이와 같은 눈썹 장식을 한 巫女(무녀)가 한 무리를 이뤄 여러 가지 주술적인 의식을 행하였는데 불행히도 전쟁에 패하면 이 무녀의 무리는 그 주술적인 힘을 얻기 위하여 먼저 죽였다. 이것을 ‘蔑(버릴 멸)’이라 한다.
설문해자(說文解字)가 ‘臣(신하 신)’으로 해석하고 있는 부분은 큰 눈을 세워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의 형상이다. ‘壬(맡길 임)’도 또한 사람이 발돋움하고 있는 형상이다. 日月(일월)이 서로 마주 볼 때는 달그림자가 가득 차 보이는 것으로 十五夜(보름날 밤)를 望(망)이라 한다.
衍(넓힐 연)은 먼 곳의 神(신)을 부르는 것으로 望(망)과 연결된 제사 의식이다. 거기에서 遠望(원망-바라봄)의 뜻이 생겨났고 希望(희망)의 뜻이 되고 欲望(욕망)이란 말이 나왔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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