衛人嫁其子而教之曰:「必私積聚。為人婦而出,常也。其成居,幸也。」 其子因私積聚,其姑以為多私而出之,其子所以反者倍其所以嫁。其父不自罪於教子非也,而自知其益富。 今人臣之處官者皆是類也。
衛(위)나라에 그 자식을 시집보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식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반드시 몰래 돈을 모아라. 왜냐하면 남의 아내가 되어 그 집안서 쫓겨나는 일은 늘 있는 일이고 그렇지 않고 끝까지 잘 살면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 딸자식은 아버지의 말대로 몰래 돈을 모았고, 그녀의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몰래 돈을 많이 꿍쳐 둔 것을 보고 며느리를 내쫓았다. 그 자식이 집으로 쫓겨 올 때 가지고 온 돈은 시집갈 때보다 두 배가 많았다. 그녀의 아비는 자식 잘못 가르친 일에 대한 죄책감은 모르고 재산이 불어난 것만 알았다. 지금 관직에 있는 신하들이 일처리 하는 것이 마치 남의 집으로 시집을 가서 남 몰래 돈만 모으는 여자나 그 아비와 같은 부류다.
시집을 가면 당연히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윗글처럼 딴 마음을 먹고 돈을 모으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면 집안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며느리를 보는 시부모의 마음은 또 어떻겠는가? 며느리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며느리를 쫓아내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소위 공무원이라는 인간들이 관직에 있을 때는 자기가 할 일은 소홀히 하고 범법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으면서 그들을 보호해주고, 관직을 물러나서도 그들에게 빌붙어 부를 쌓아 떵떵거리고 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 못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들에게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은 마치 자식을 시집보내면서 몰래 돈이나 챙기라고 가르치는 못난 아비와 똑같다. 올바른 부모, 올바른 국민이라면 자기가 할 일을 소홀히 하거나 내팽개치고 뇌물과 접대를 받고 범법자의 잘못을 눈감아 주는 자들을 올바로 깨우치고 하루 빨리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야 할 것이다.
私(사) :가만히, 나.
禾(벼화)와 厶(사사로 울 사)로 이루어진 會意字(회의자).
禾(벼화)는 밭을 가는 것이고, 厶(사사로 울 사)는 쟁기의 형상이다. 그러므로 私(사)字는 쟁기를 이용해서 밭을 가는 사람을 말한다.
許愼(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私(사)를 ‘禾也(벼)’라고 하지만 그런 용례는 없고, 私(사)라고 하는 것은 단지 개인에게 예속된 경작자일 뿐이며 농노 신분을 말한다.
厶(사사로울 사)와 배치되는 것을 公(공평할 공)이라고는 하는데 公(공평할 공)은 제사의식이 거행되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지 厶(사사로울 사)와 대칭되는 개념의 글자는 아니다. 公(공평할 공)은 족장, 귀족이며 私(사)는 그의 농노다. 私(사)라는 말은 신분을 말하는 것이며 가만히, ‘은밀하게’란 뜻으로 사용되는 것은 私(사)字의 뜻이 바뀌어 버린 결과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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