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 최후진술 (12월 2일)
"2019년 8월 9일 부족한 제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법무·검찰 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검찰, 언론, 정치권의 무차별적 파상공격이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잊혔겠지만, 애초 저는 '사모펀드를 이용하여 대선자금 또는 정치자금을 모은 권력형 비리범'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온 언론이 “조국 펀드”라는
제목의 기사로 도배되었습니다.
사모펀드와 저의 연관성이 나오지 않자, 자식들의 인턴증명서로 칼끝이 이동했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어디서 입수했는지 불법유출된
제 딸의 고교 생활기록부를 공개하였습니다.
이후 거기에 적혀 있는 인턴 활동의 내용과 시간 등에 대한 초정밀 수사와 이에 기초한 기소가 이루어졌습니다.
자식의 생활기록부에 대한
초정밀 수사는 저희 부부에 대한
기소는 물론, 딸의 입학 취소로 이어졌습니다. 딸이 치르고 있는 고통에는 피가 마르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묵묵히 따를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불법 유출된 생활기록부를 공개한 주 의원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하였고, 이후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려 수사는 중단되었습니다.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실무 관례에 따라 마무리되었던 유재수 씨에 대한 ‘감찰 종료’를 들고나와,
‘감찰 중단’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수사를 재개한 후 2019년 성탄절을 앞두고 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상의 과정을 겪으면서 1940년 미국 연방대법관 로버트 잭슨이 미국 연방검사협회에서 했던 다음과 같은 연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검사의 가장 위험한 힘은
검사 자신이 싫어하거나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특정인을
선택하거나, 인기 없는 특정 집단을
선택한 다음, 그들의 범죄 혐의를 찾는 것에 있다.'
이러한 일이 진행되는
하루하루는 생지옥 같았습니다.
법무부장관 직을 수락한 후과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최소 70군데에 달하는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가족 누구의 동의도 없이 제출된 가족 PC 안에 있었던 몇천 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10여 년간의 가족 간의 소소한 문자 대화가 공개되고 조롱받았고, 그것이 유죄의 근거로 원용되었습니다.
압도적 검찰권의 행사 앞에
저는 무력했습니다.
자식 관련하여 유리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접촉을 회피했습니다.
딸의 친구들은 검찰 조사에서는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후 이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된 후에야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유재수 사건의 경우 감찰반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갑자기 이전 진술을 바꾸는 일이 있었습니다.
배우자는 중형을 선고받은 후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형집행정지를 받아 두 차례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독립보행이 어려워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비로서,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증발해버린 딸의 아픔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습니다.
계속되는 멸문지화의 고통 속에 있는 가족을 챙기고 돌보아야 하는 가장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법률가 친구들은 걱정이 되어 저에게 말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검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마무리하게 하지 마라!>라고 말입니다.
<죽지 마라. 살아 있으라!>는 말을 에둘러 했던 것입니다.
무참한 심정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분노와 절망의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재판받는 신세인지라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의 글과 말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깊은 자성과 쓰린 자책의 과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제 말과 저의 행동이 온전히 일치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습니다.
저 자신과 자식의 일에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던 점을 반성했습니다.
저에 대하여 신뢰와 기대를 보내주신 많은 사람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3년 반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퍼붓는 폭우를 같이 맞으며 위로와 격려를 해준 벗, 친구, 동지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저와 제 가족을 긍휼히 여겨 수시로 기도 말씀을 보내주신 신부님, 목사님, 스님, 교무님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덕분에 제 가족은 무간지옥의 고통에도 무너지지 않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검찰은 저에게 중형을 구형했고,
이제 재판부의 선고만 남았습니다.
저와 제 가족의 명운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오늘까지의 최후진술에서 제가 아는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대로,
제가 기억하는 대로 말씀드렸습니다.
검찰은 의견서 등을 통하여
'여러 조각의 증거'와 '정황'을 들며,
제가 온통 거짓말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의심을 하는 것은 검찰의 역할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검찰의 비난과 피고인의 소명을 균형 있게 보는 것은 법원의 몫일 것입니다.
대학 시절 이후 법을 공부하고 가르쳤지만, 요즘만큼 <피고인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법원이다>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때는 없었습니다.
법무부 장관도 민정수석도 아닌
한 명의 시민으로 호소합니다.
아픈 몸으로 옥살이를 해야 하는 아내와 상상도 못한 시련으로 방황하는 자식들을 수발해야 하는 집안의 가장으로 호소합니다.
검찰의 의심과 추측과 주장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해주십시오.
저의 소명의 취지에 대하여
한 번 더 귀 기울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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