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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뒤에는 디젤유
현대는 농업 생산성이 높아 모든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계절별로 야생 포유동물과 조류를 사냥해 영양 공급원으로 삼는 일이 드물다. 야생 식용육은 대부분 불법으로 사냥한 것이지만,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흔하다. 물론 사하라 남쪽에서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야생 식용육이 주된 동물성 단백질원 자리를 내놓았다. 반면 바다에서의 사냥, 즉 어업이 요즘처럼 광범위하고 집약적으로 시행된 적은 없었다. 가공설비를 갖춘 어선부터 노후한 작은 배까지 방대한 선단이 야생어류와 갑각류를 쫓아 세계의 바다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이탈리아인이 시적으로 '바다의 열매'라고 칭하는 해산물을 포획하는 작업은 식량 수급에서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과정이다. 물론 모든 해산물이 포획하기 어려운 건 아니다. 남태평양의 외딴 해역까지 멀리 원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포획할 수 있는 종이 여전히 많다. 멸치, 정어리, 고등어처럼 수면 가까이에서 풍부하게 살아가는 표영성 어류를 포획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어선을 건조하고 커다란 그물을 만드는 데 간접적으로 에너지가 투입되고, 어선 엔진에 사용하는 디젤유에는 직접적인 에너지가 투입된다. 따라서 표영성 어류의 포획에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은 낮으면 킬로그램당 100밀리리터, 즉 계량컵 절반보다 적은 디젤유에 해당한다.
최소한의 화석 탄소 발자국을 지닌 야생 어류를 먹고 싶다면, 정어리를 선택하라. 모든 해산물을 고려한 평균값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 킬로그램당 700밀리리터 (포도주병을 거의 가득 채운 만큼의 디젤유)에 달한다. 일부 야생 조류와 랍스터의 최댓값은 믿기지 않겠지만 킬로그램당 10리터가 넘는다(여기에는 많은 양의 먹을 수 없는 조개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중간 크기의 야생 새우 두 마리 (총무게 100그램)를 잡는 데만도 0.5~1리터의 디젤유(2~4계량컵만큼의 연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우는 요즘 거의 양식을 한다고 반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육용계를 성공적으로 사육해 거둔 이점을 대규모 새우 양식에서도 누릴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새우와 육용계의 근본적인 대사 차이 때문이다. 육용계는 초식동물이다. 따라서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면 활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가 제한적이다. 적절한 식물성 사료 - 요즘에는 옥수수와 대두를 기반으로 혼합한 사료 - 를 먹이면 육용계는 빨리 자란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해양 종, 예컨대 연어와 농어와 참치는 육식동물이다. 따라서 적절한 성장을 위해서라면 단백질이 풍부한 어류를 먹거나 멸치, 정어리, 빙어, 청어, 고등어 같은 야생 어류에서 짜낸 이유를 먹어야 한다.
양식의 확대 덕분에, 이제는 민물과 바다에서 양식하는 총량이 세계 전역에서 포획하는 야생종의 총량과 거의 비슷하다. 2018년의 경우, 양식으로 생산한 총량은 8,200만 톤이었고, 야생에서 포획한 총량은 9,600만 톤이었다. 또한 양식의 증가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육식 어류에 대한 남획을 경계하는 압력은 완화되었지만, 동시에 양식 어종을 기르는 데 필요한 작은 초식 어류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지중해에서 늘어나는 농어 양식장(그리스와 튀르키예가 주요 생산국)의 에너지 비용은 킬로그램당 2~2.5리터의 디젤유에 해당한다. 달리 말하면, 3병의 포도주와 같은 양이고, 비슷한 무게의 야생종을 포획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비용과 같은 수치이다.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양식한 초식 어류의 에너지 비용은 낮아서 대체로 킬로그램당 300밀리리터를 넘지 않는다. 초식 어류는 식물에 기반한 사료를 먹어도 잘 크기 때문이다. 양식하는 초식 어류는 주로 중국계 잉어의 여러 종으로 대두어, 백련어, 검정잉어, 초어가 가장 흔하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와 독일 그리고 체코공화국과 폴란드에서 차리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전통적인 저녁 식탁을 제외하면, 잉어는 유럽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어류이고 북아메리카에서도 거의 먹지 않는다. 반면 참치는 현재 가장 큰 멸종 위험에 빠진 해양 육식 어종에 속하지만, 스시가 세계 전역에 급속히 퍼지며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주고, 꼬꼬댁대는 닭, 좋아하는 채소, 양질의 영양을 지닌 해산물 등 우리의 주된 식량 공급원이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또 탈탄소화의 가능성을 장담하는 사람들은 이런 근본적인 현실을 무시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쉽게, 또 급격히 변할 수 없다는 걸 알면, 그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앞 장에서 살펴보았듯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고, 그 규모도 모른 체하고 넘기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바츨라프 스밀, 김영사, 2023, 11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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