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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걷기

Three Go(걷고 읽고 먹고) 시즌1 ep2 - 서울숲, 뚝섬, 성수동 수제화거리

by 길찾기91 202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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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날씨에 길벗들과 함께 쓰리고(걷고읽고먹고) 모임으로 뚝섬을 다녀왔다.

지난 며칠 허리 통증으로 예정된 걸음을 할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일단 걸어보니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다행이다.

 

서울숲이 있다는건 들어봤지만 서울숲역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서울숲역에서 만나 걷기 시작한게 16시 조금 넘은 시간.

한낮의 뜨거움은 피했을거라 짐작했지만 그게 아니었으니태양열을 잔뜩 받으며 시작한 걸음 초입부터 난관이 있었지만 이미 젖은 몸 걷기로 한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서.

 

편의점 앞인데 사진의 배경이 화장실이다. ㅋ

 

서울숲이라는 표지가 이쁘게 있는 곳을 지나 수도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걷는 동안에도 이미 땀범벅. 하지만 포기는 너무 이르다. 불행히도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관 중이다.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이곳 뚝섬 지역에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장인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이 들어선지 어느덧 1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1903129일 미국의 기업인 콜브란(C.H.Collbran)과 보스트위크(H.R.Bostwick)는 고종황제로부터 상수도 부설 경영에 관한 특허권을 받았습니다. 이후 19058월 특허권을 양도받은 대한수도회사(Korean Water Works Co.)19068월초 공사를 착공하여 19088월에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을 준공 완료하였습니다. 190891일 완속여과 방식에 의해 생산한 12,500의 수돗물을 사대문 안과 용산 일대의 주민 125,000명에게 공급했던 것이 우리나라 근대 상수도 역사의 첫 출발이었습니다.
뚝도정수장의 일부는 뚝도아리수정수센터로 탈바꿈되어 종로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성동구, 서대문구, 성북구의 7개구 72개동 104여만 명 시민들에게 아리수를 공급하고 있으며, 일부는 수도박물관으로 조성하여 체험학습의 장으로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수도박물관은 1908년 최초의 정수장이 세워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급되고 있는 서울시 수돗물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까지 상수도 관련 문화와 기술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되어 왔는지를 소개하며, 시청각적인 전시매체를 도입하여 생명탄생의 물에 대하여 직·간접적인 체험을 해보실 수 있습니다.

 

위의 인용은 수도박물관 홈페이지에 있는 소개글이다. 

직접 들어가서 하나하나 살피고픈 마음이지만 현실은 가능하지 않으니 일단 공부부터.

걷다보니 이전에 정수장으로 사용했던 공간도 나오는데 멋지게 식물들이 자라면서 휘감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수도를 사용하기 전과 후는분명 다른 역사를 보여준다. 위생 문제에 대한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문명의 모습인 수도의 역사를 본다는 것은 우리의 근대사를 보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지 못함이 많이 아쉬웠다.

 

 

 

소개글을 보면서 뚝도수원지라는 말이눈에 들어온다. 뚝도라니.

궁금하면 일단 찾고 본다. 누구나 그렇듯이.

 

뚝섬의 유래

 

뚝도는 뚝섬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뚝섬 말이다.

뚝섬(纛島)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 있었던, 한강에 홍수가 날 때마다 지대가 낮아 물길이 생겼던 일시적인 섬이다. 뚝섬은 조선시대 국왕이 군대를 사열하거나 출병할 때 이곳에 둑기(纛旗)를 세우고 둑제(纛祭)를 지냈던 곳이라  ‘둑섬’, ‘둑도(纛島)’라 불렸다.  '둑도', '뚝도', '독도'(纛島) 이후 '뚝섬'으로 발음이 바뀌었다. 둑제(纛祭)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조상들이 군신(軍神) 치우(蚩尤)에게 지냈던 제사를 말한다. 일 년에 봄 경칩과 가을 상강 두 차례 정기적으로 지냈는데 무장(武將)들이 부임지로 떠가기 전에는 반드시 둑신(纛神)에게 제사를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뚝섬은 임금의 깃발인 '둑기'를 세우고 사냥하던 곳이기도 하다. 왕이 사냥하고 있으니 얼씬거리지 말라는 의미였을까.  태조 때부터 임금의 사냥 장소가 되어, 태조 3년부터 9대 성종에 이르기까지 근 백 년 동안에 임금이 말을 타며 사냥나온 횟수가 151회나 되었다고 전한다. 임금이 군대의 무예를 검열하는 곳으로 한양 동쪽인 이곳 뚝섬과 남쪽의 노량진, 서쪽의 망원리 등 세 곳이 있었으나 뚝섬이 으뜸이었단다.

 
이 지역은 평야지대여서 풀과 버들이 무성하였고 조선 초부터 나라에서 말을 먹이는 목장으로 사용하였다. 인근 마장동(馬場洞)과 자양동도 말과 관련한 곳이다. 조선 초기부터 말을 기르던 양마장(養馬場)이 이곳에 있어서 마장안, 마장내(馬場內), 마장리(馬場里)라 한 것이 동명(洞名)이 된 것이다. 제주도 등지에서 어렵게 말을 한양으로 운반해오면 암놈은 지금의 자양동(雌養洞-紫陽洞)과 모진동으로 보냈고, 수놈은 마장동의 말 목장에서 길렀다. 마장동에서 사근동, 답십리, 행당동, 뚝섬에 이르기까지 청계천을 끼고 맑은 물과 녹초가 많아 말을 방목하기에 알맞았다.

 

 

다시 걷기로 돌아오자.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목이 우거진 수도박물관 인근의 숲길을 걸어 한강 방면으로 이동했다. 연결된 다리가 있어서 편리한 길. 그 사이 폭염이 사라지고 흐린 하늘로 변했다. 고맙게도. 인적 드문 길을 걷는데 한 편의 도로에는 차가 꽉 차 있다.

 

 

사실 한강길을 걷기에 부담스런 날씨였는데 하늘이 도우니 어찌 중단할 수있겠는가. 걸어야지 뭐.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는 길벗들의 모습이 정겹다.

 

 

엄청 덥기만 했다면 여유로운 산책이 아니라 행군이 되었을텐데 그것이 아니니 이리 즐겁게 만세까지 부른다^^

 

 

한 편에 녹음이, 다른 한 편에 한강이 흐르니 분위기 참 좋다.

 

잠시의 휴식을 마치고는 이제 밥 먹으러 간다. 한강에서 뚝도시장으로 가는 길 역시 그리 멀지 않다. 알고보면 엄청 유명한 뚝도시장. 난 처음 가 봤다.

밥먹으러 간 곳은 뚝도시장 터줏대감이라는 미정이네식당. 코다리 전문점이다. 널리 알려진 모양인지 유명인사들의 사진이 많이 걸려있는 아주 허름한 집. 우리가 들어간 곳은 본점이고 근처에 몇 개 가 더 있는 모양이다. 잘되는 집이라는 말이지. 음식을 주문하고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 먹는 것은 더 좋고.

 

음식을 나눴으니 이제 책 읽을 시간. 3고 시간이다. 1고는 '걷고'였고, 2고는 '먹고'였으니. 오늘은 '읽고'와 '먹고'의 순서를 바꿨다. 

차분히 이야기 나눌 공간을 찾아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걷는 동안 정경이 참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이전에 때때로 들렀던 그 길이 아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그렇다고 건물이 다 새로 지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외양은 같으나 내용이 바뀌면서 분위기도 바꾸었다는 의미.

 

결국 안착한 곳이 CAFE 대림창고.

200평 규모로 1970년대에는 정미소였으며,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창고로 사용됐던 곳이란다. 이 곳 역시 창고의 외양은 그대로 둔 채 내부를 완전히 새로이 꾸민 곳이다. 갤러리도 있다. 아주 높은 천장과 넓은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색적인 공간이 여기만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참 신선했다. 우리는 책이야기를 나누고자 2층에 따로 배치된 공간을 본의 아니게 독점하는 호사를 누렸다. 책 이야기를 나누기엔 아주 좋았던 최적의 공간.

 

 

오늘 이야기 나눈 책은 허수경의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2년 전에 작고한 고고학자이자 작가였던 이의 유고작이다. 새로 쓴 것은 아니고 재편집본 정도. 이번에 이 책을 소개받기 전까지는 이미 30여권의 책을 낸 다작 작가였던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나다. 관심 분야가 아니었던 탓이지만 너무 과문했던건 아닌가 혼자 돌아보기도 했다.

이 책을 추천했던 길벗의 대단히 깊이있는 소개와 해석과 적용이 포함된 대화 진행으로 몰랐던 부분을 조금씩 알게되는 기쁨. 난 이 방면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현실 자각.

 

허수경(許秀卿, 1964-2018103)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독일로 가 현재 뮌스터대학 고대 동방문헌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2018103일 위암으로 인하여 타계하였다
1987실천문학땡볕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21세기 전망' 동인이다. 2001년 제14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실천문학, 1988)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창작과비평사, 2001)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문학과지성사, 2005)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문학동네, 2011)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문학과지성사, 2016)
장편소설모래도시(문학동네, 1996)
산문집길모퉁이의 중국식당(문학동네, 2003)
산문집모래도시를 찾아서(현대문학, 2005)
산문집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난다, 2018)

 

 

참석자는 7명인데 한 분은 사진으로 봉사하느라 정작 본인은 사진에 없다.

 

길벗들과 대화하며 편히 걸은 길과 맛있는 음식과 좋은 책을 나눈 날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다.

더웠어도 좋은 날이다.

 

능소화가 이쁘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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