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 上(상) 5
晉人伐邢,齊桓公將救之,鮑叔曰:「太蚤。邢不亡,晉不敝,晉不敝,齊不重。 且夫持危之功,不如存亡之德大。 君不如晚救之以敝晉,齊實利。 待邢亡而復存之,其名實美。」 桓公乃弗救。
晉(진)나라가 邢(형)나라를 공격하자 齊(제)나라 桓公(환공)이 구원병을 보내려 했다. 이때 鮑叔(포숙)이 말했다. “너무 이릅니다. 邢(형)나라가 아직 망하지 않아서 晉(진)나라도 아직 피폐해지지 않았습니다. 晉(진)나라가 피폐해지지 않으면 우리 齊(제)나라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위험에 처한 나라를 겨우 버틸 수 있게 하는 공덕은 멸망한 나라를 다시 살려주는 공덕보다 크지 않습니다. 임금께서는 구원병을 좀 늦게 보내서 晉(진)나라가 완전히 피폐해지게 만들어야 우리 齊(제)나라가 실리를 챙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邢(형)나라가 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나라를 다시 살려주면 임금님의 명성은 높이 올라갈 것입니다.” 桓公(환공)은 그 말을 듣고 구원병을 보내지 않았다.
① 邢(형): 西周(서주) 초기에 제후국으로 나뉘어졌을 때 姬(희)씨 姓(성)을 받았다. 원래는 지금의 河北(하북) 邢台(형태)에 도읍을 정했는데 후에 지금의 山東(산동)聊城(료성) 西南(서남) 쪽인 夷儀(이의)로 遷都(천도)하였다.
晉(진)나라가 邢(형)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 齊(제)나라는 공격을 받는 邢(형)나라에 구원병을 보내지 않기로 하였다. 齊(제)나라는 두 나라가 신나게 싸워야 실리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齊(제)나라는 결코 邢(형)나라 국민들이 죽어 나가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 남과 북이 서로 으르렁 거리고 싸울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대내적으로는 기득권 집단이고 대외적으로는 주변의 열강들이다. 겉으로는 남한과 북한이 서로 잘 지내고 통일을 되기를 바란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속마음은 남북한이 분단된 채로 서로 으르렁 거리고 싸우기를 바란다. 조개와 도요새가 다투고 있을 때 지나가는 어부가 힘도 들이지 않고 둘 다 망태기에 홀라당 넣어버리는(鹬蚌相争,漁翁得利)것과 같은 이치다.
하루 빨리 남과 북은 교류를 재개해야 한다. 남과 북의 대치상황은 주변 열강에게 실리를 챙겨 주겠지만 자국의 국민들에게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분야에 극심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救(구): 구원하다.
求(구할 구)와 攴(칠 복)으로 이루어진 회의자(會意字).
求(구할 구)字는 주술적으로 영험함이 있는 짐승의 형상. 이것을 두들겨 패는 것은 그 짐승의 주술적인 영험함을 이용하여 타인으로부터 가해지는 저주나 해코지를 피하기 위한 주술적인 방법이다. ‘殺’(죽일 살)字가 재앙(祟-빌미 수)을 만드는 동물을 때려서 그 재앙을 감쇄(減殺)시키는 것을 바라는 주술적인 방법과 마찬가지 글자다.
救(구), 殺(살) 등의 글자가 처음의 뜻과 모습을 잃어버리고, 그 주술적인 성격조차 없어져서 일반적인 단어인 救助(구조), 救濟(구제), 救護(구호), 救援(구원), 救荒(구황) 등과 같은 단어에 사용되고 있다. 救(구할 구)의 글자 모양과 가까운 것으로 述(지을 술), 術(재주 술)이 있는데, 朮(술)도 또한 주술적인 영험함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동물의 모습으로 주로 길 위에서의 굿이나 푸닥거리 의식에 사용되는 글자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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