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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설림과 세상공감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 上(상) 9

by 길찾기91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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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 9

 

 

秦康公築臺三年荊人起兵將欲以兵攻齊任妄曰:「饑召兵疾召兵勞召兵亂召兵君築臺三年今荊人起兵將攻齊, 臣恐其攻齊為聲而以襲秦為實也不如備之。」 戍東邊荊人輟行

 

()나라 康公(강공)이 위락시설인 樓臺(누대)를 건설하는데 3년이 걸렸다. (-)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나라를 공격하려 하였다. 그러자 任妄(임망)이 말했다. “나라에 기근(饑饉)이 오면 적군을 부르고, 질병(疾病)이 온 나라에 퍼지면 적군을 부르고, 백성들을 힘들게 노동(勞動)시키는 것이 적군을 부르고, 나라 정국의 혼란(混亂)이 적군을 부릅니다. 임금께서 3년 동안이나 먹고 즐기려 樓臺(누대)를 건설해 왔으니 지금 (-)나라가 군대를 출동해 ()나라를 공격하려 한다고는 하지만 저는 (-)나라가 ()나라를 공격한다는 것은 말 만 그렇게 할 뿐, 사실은 우리 ()나라를 기습적으로 쳐들어온다는 것이니 그게 두렵습니다.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나라 康公(강공)은 그 말을 듣고 동쪽 변경지역에 군대를 보내 지키게 하니 (-)나라가 군사행동을 철회하였다.

 

(): 잠시 멈추는 것.

 

󰌚 맹자(孟子) 이루(離婁)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夫人必自侮然後 人侮之 家必自毁而後 人毁之 國必自伐而後 人伐之(부인필자모연후 인모지 가필자훼이후 인훼지 국필자벌이후 인벌지 : 대체로 사람은 스스로 모욕한 연후에 남이 자기를 모욕하는 법이고, 한 집안의 경우도 스스로를 파멸한 연후에 남들이 파멸시키는 법이고,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 공격한 후에 다른 나라가 공격한다.)

내실을 기하지 않고 과하게 치장을 하거나 화려한 건물을 짓는데 세금을 탕진하여 부도를 낸 지자체장이 있다. 반면 불요불급한 재정을 아껴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지자체장도 있다. 지도자가 온 국민을 주리게 만들고, 온 나라에 퍼진 질병을 막지 못하고, 국민들을 쓸데없이 동원하고, 정국을 혼란 속으로 몰고 들어가면 적군이 쳐들어온다고 했다. IMF가 바로 적군이 쳐들어온 형국인 것이다. 우리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서는 안 된다. 정신 차리고 살자. 지도자든 국민이든.

 

(): 준비하다, 대비하다, 자세히, 고루.

聲符(성부)𤰈()인 형성자(形聲字).

 

𤰈()(화살통 복)의 모습으로 ()의 초기 글자다. 𤰈(-화살통)를 등에 진다는 것은 전쟁에 대비(對備)한다는 뜻이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𤰈()(신중하다)’로 풀이되어 있지만 [廣雅(광아) 釋詁(석고)]와 여러 경전(經典)들의 주석에도 모두 구비한다는 뜻이지 (신중하다)으로 풀이한 예는 없다.
전쟁을 대비하여 구비한다는 備具(비구), 備禦(비어)는 군대에서 쓰는 용어인데 모두 대책을 뜻하는 말이다. 備荒(비황), 備急(비급), 備蓄(비축) 그리고 충분히 대비하는 것을 備悉(비실), 備擧(비거), 備論(비론)이라 하고 사전(事前)에 대비하는 것을 預備(예비), 備忘(비망)이라 한다. 이것들을 대비하느라 몸이 기진맥진한 상태를 (고단할 비)라고 한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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