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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설림과 세상공감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 上(상) 26

by 길찾기91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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紂為長夜之飲懽以失日問其左右盡不知也乃使人問箕子箕子謂其徒曰:「為天下主而一國皆失日天下其危矣一國皆不知而我獨知之吾其危矣。」辭以醉而不知

 

()임금이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환락에 빠져 날짜를 잊어 버렸다. 좌우 신하들에게 날짜를 물어보았는데 다들 모른다고 했다. 그리하여 사람을 보내어 箕子(기자)에게 날짜를 물어보게 하였다. 箕子(기자)가 자기 수하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천하의 임금이 되어 자기와 온 나라 사람들이 날짜를 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천하가 위험에 빠질 것이다.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날짜를 모르는데 나 혼자 날짜를 알고 있으면 나 또한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리하여 箕子(기자)는 자기도 술에 취해서 잘 모른다고 거절했다.

 

󰌚 擧世皆濁(거세개탁)我獨淸(아독청)

세상이 다 혼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衆人皆醉(중인개취)我獨醒(아독성)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었습니다.

是以見放(시이견방)

이런 까닭에 추방을 당했습니다.

-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 중에서.

 

기자와 굴원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다. 기자는 혼군 아래서 깨어 있는 척 처신을 잘못하면 위험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여 아예 자기도 술에 취해 날자 감각이 없다고 위험을 피해 나갔고, 굴원은 잘못된 세상을 몸으로 부딪치며 고쳐 나가려다 추방을 당한다. 둘 중에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의 판단은 내리기 어렵다. 과연 내가 저 두 사람의 상황에 처한다면 저 두 사람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 위태롭다, 높다.

聲符(성부)(위태로울 위)인 형성자(形聲字).

 

(위태로울 위)(위태로울 위)의 초기 글자. 그 아래에 무릎을 꿇은 사람의 모습을 한 글자 (병부 절)을 더하였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在高而懼也 自卪止之(높은 곳에 앉아 두려워하면서 스스로 멈추다)’고 하였다. (위태로울 위)는 높은 곳에 위치한 사람의 모습이지만 (-)조절하여 멈추다의 뜻은 없다. 危冠(위관)이라는 말은 (갓 관)을 바로 잡는다는 뜻이고, 危坐(위좌)라는 말은 단정히 앉는다는 뜻이다.

논어 憲問(헌문) 편에 공자님이 말하기를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나라에 도가 있으면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며, 나라에 도가 없으면 바르게 행동하고 공손하게 말한다)”라 하였다. 여기서 危言(위언)危行(위행)은 바른 말과 고고한 행동으로 세속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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