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책과 세상이야기198

ASML의 극자외선 작업이 도대체 뭐기에 - <물질의 세계> 에드 콘웨이, 인플루엔셜, 2024 ASML의 극자외선 작업이 도대체 뭐기에 어떻게 겨우 몇 센티미터 크기의 칩에다가 그런 복잡한 세부 사항을 레이저 빔으로 새길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기계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수억 달러가 나가는 TWINSCAN NXE:3600D가 그 주인공으로 한때 필립스 산하에 있던 회사인 네덜란드의 ASML이 만들었다. 이 기계가 하는 일이라곤 상자 주위에 광선을 쏘는 정도인데 왜 이리 고가란 말인가? TWINSCAN NXE:3600D가 쏘는 것은 평범한 광선이 아니고, 상자 역시 평범한 상자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TSMC가 만드는 초소형 트랜지스터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크기이므로 통상적 파장의 레이저와 렌즈로는 작업을 할 수 없다. 최상의 해상도를 얻으려면 가장 짧은 파장을 가진 광원이 .. 2024. 5. 16.
패스트패션, 탄소배출량, 섬유쓰레기 -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소연, 돌고래 패스트패션, 탄소배출량, 섬유쓰레기  우리나라 환경부 환경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섬유폐기물은 2010년 112만여 톤에서 2018년 451만여 톤으로 8년 만에 약 네 배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가 가리키는 현실을 우리는 얼마나 피부로 체감하고 있을까? ‘어느 주식 종목이 8년 동안 네 배 성장했다.’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원인을 찾으려 들었겠지만 '섬유쓰레기가 네 배 늘어났다.‘는 이야기에 우리는 (심지어 눈에 보이고 발에 밟히는 물리적인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영 심드렁하다. 그런데 누군가 내가 갖고 있는 걸 네 배로 불려준다면 어떨까? 먹던 마카롱 한 개를 네 개로, 연차 1일을 4일로, 월급 200만원을 800만 원으로 올려준다면 말이다. 월급이 네 배 늘어났다는 상.. 2024. 5. 13.
혐오의 진화적 기원 - <유전자 지배 사회> 최정균, 동아시아, 2024 혐오의 진화적 기원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절체절명의 화두는 생존과 번식이다. 특히 생존을 유지해야 번식도 가능하기에 생명체들은 우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는데, 문명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인간의 조상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능력 중 하나는 위협한 대상을 재빠르게 알아채고 그에 대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복잡하고 정교한 이성적 판단이 아닌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훨씬 유리하다. 위험한 것을 안전하다고 잘못 판단해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것을 위협한 것으로 판단하고 과잉 대응해 살아남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즉, 특히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는 잘못된 대응으로 곤란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일단 안전한 것이 최우선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여기서 생겨난 정서적 기제가 혐오라고 본.. 2024. 5. 13.
오염된 지하수처럼 스며든 비극 -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올든 워커 오염된 지하수처럼 스며든 비극 섬유 제조 중심지를 안내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하자마자 수자타 시바그나남Sujatha Sivagnanam이라는 인권 저널리스트가 연락해 왔다. 그는 티루푸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인 코임바토르 출신으로, 티루푸르에서 수년간 살고 일하면서 풍부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자타의 안내는 인도 니트웨어의 수도로 가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동력이었다. 2022년 5월의 따뜻한 봄날 저녁 티루푸르에 도착했을 때, 섬유 공장들이 급격한 면화 가격 인상에 저항하기 위해 집단으로 사업장 폐쇄를 고려 중이라는 패션업계 전문 매체의 보도를 접했다. 의류 공장들은 생산 제품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시장은 대부분 합성섬유 제품을 요구하고, 우리는 이와 관련해 구매.. 2024. 4. 26.
미친 모자 장수의 시대 -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올든 워커 미친 모자 장수의 시대 1857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출신의 61세 모자 제조업자가 수은이 든 모자 제조용 용액을 마시고 자살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남성용 펠트 모자를 만들면서 수은 증기를 들이마셨고, 갈라진 맨손을 통해 수은 용액에 중독되었다. 주위 동료들의 검게 변한 이빨, 부어오른 혀, 떨리는 손 등을 보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기운을 느껴서인지, 심각한 우울증과 기분 변화가 그를 집어삼켰기 때문인지, 자살의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는 2015년 출간한 《패션의 흑역사》에서 모자공의 죽음은 업계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별로 놀랍지 않았다고 썼다. 당시 유럽인들은 수은이 유독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정부 관료, 의사, 모자 작업장 주인들은 100.. 2024. 4. 24.
가방에 바퀴 다는 데 왜 5000년이나 걸렸을까? - 지구를 구할 여자들, 카트리네 마르살 가방에 바퀴 다는 데 왜 5000년이나 걸렸을까? 여행 가방이 시장의 저항에 부딪힌 것은 젠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 작은 요소 하나가 바로 여행 가방에 바퀴를 달기까지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한참 고심한 경제학자들이 놓친 것이었다. 사람들이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그 가방이 남성성에 관한 지배적 견해에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보면 명백히 괴상한 일이다. '진정한 남자는 가방을 직접 든다'라는 무척이나 자의적인 개념이 이제는 누가 봐도 명백한 혁신을 방해할 만큼 강력했다니? 남성성에 관한 지배적 견해가 돈을 벌겠다는 시장의 욕망보다 더 완강한 것으로 드러나다니? 남자는 무거운 짐을 들 수 있어야 한다는 유치한 생각 때문에 전 세계 산업을 뒤집을 상품의.. 2024. 3. 8.
지구를 위하는 마음, 김명철, 다산북스 지구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친환경 행동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도, 기후 재앙의 공포가 팽배한 오늘날에도, 불확실한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가 적극적인 친환경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중요한 심리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무망감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 좌절에 빠진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에 나서지 못한다. 오히려 최대한 그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고자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해당 문제에 대해 눈과 귀를 닫아버리려 하기 마련이다.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나고 기분이 우울해진다면 코로나바이러스나 기후변화 이야기가 나오는 뉴스 따위 얼른 꺼버리는 게 상책 아니겠는가. 나아가 우울과 좌절에 빠진 사람은 문제가 되는 상황에 순응하는 행동, 즉 '적응 행동.. 2024. 1. 30.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나무들은 이내 놀라운 비밀을 드러냈다. 나는 나무들이 땅속 경로체계로 연결되어 거미줄처럼 얽힌 채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무들은 땅속 경로를 매개로 더는 부인할 수 없는, 예로부터 내려온 복잡함과 지혜를 감지하고, 인연을 맺고, 상호 작용을 한다. 실험을 수백 번 했고 한 가지 발견은 다음 발견으로 이어졌다. 과학 탐구 과정에서 나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의사 소통과 숲이라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초창기에는 내 연구의 근거를 두고 논란이 상당히 뜨거웠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엄정하며 논문은 동료 연구자들의 심사를 거친 후 출판된다. 과학은 동화도, 상상의 나래도, 마법 같은 유니콘도, 할리우드 영화 속 허구도 아니다. 앞서 말한 과학적 발견은 우리 숲의 .. 2024. 1. 9.
이타 행동이 진화한 이유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이타 행동이 진화한 이유 이타 행동이 진화한 이유를 밝히는 것은 생물학의 오래된 숙제다. 다윈을 비롯해 여러 생물학자들이 갖가지 이론을 내놓았지만 아직 완전하게 해명하지는 못했다. 개체의 이타행동은 자연선택 이론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타 행동을 유발하는 형질을 가진 개체는 자손을 남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자연선택은 그런 형질을 제거한다. 그런데도 동물의 이타 행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동물일수록 더 다양한 이타 행동을 한다. 『종의 기원』 출간 이후 100여 년이 지나서야 그럴듯한 이론이 나왔다. 영국 생물학자 해밀턴Wiliam Hamilton(1936~2000)의'포괄적응도'包括適應度(inclusive fitness)이론이다. 1960년대 생물학 전문 학술지에 발표한 해밀턴의 논문은 수학.. 2023. 12. 26.
728x90
반응형